심사평 1

1차에 제출한 297팀의 제안을 읽고 2차 발표팀 17팀을, 17팀의 발표를 듣고 5팀의 제안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심사 과정은 내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응모작들의 사고와 언어가 새로운 만큼, 그 상상의 지평이 넓은 만큼, 심사를 맡은 우리의 독해도 새롭게 확장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공모 주제의 발제 논의과정에서의 우려- 실무에서도 해법을 도출하기 어려운 광대하고 난해한 주제를 학생공모의 주제로 삼는 것이 적정한가 -는 기우에 불과했다. 이번 공모전을 ‘해법을 겨루는 경쟁보다는 주제에 대응하는 공동의 지식을 축적하고, 이를 발판삼아 좀 더 깊고 넓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초석을 만드는 공동 연구의 장으로 삼자’고 했던 데 대해 참여팀들은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물을 보여주었다.

참여작들은 함께 사는 규약을 맺는 테이블에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앉는다는 전제로, 바로 지금 우리의 일상이 펼쳐지는 곳곳을 새롭게 관찰하고 공존의 환경과 문화를 상상했다. 심사는 시나리오들이 지적탐구와 상상의 힘으로 드러낸, 이제껏 건축과 도시의 서사에 등장한 적 없었던 주인공들- 곰팡이부터 펫샵의 애완동물, 굴과 소라게, 농장의 소, 철새, 붉은 여우 등등까지-을 만나는 과정이었다. 또한, 이들이 펼치는 장소의 흥미진진한 미래와 현실과의 간극 사이에서 스스로의 모순과 수많은 과제를 깨닫게 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297팀의 시나리오들을 펼쳐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이 글을 통해 그 과정에서의 통찰과 배움을 일부라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가작들은 ‘모두’라는 사용자 범주와 미래를 대입해 용도와 형식을 재고해야 하는 다양한 조건의 대상지를 선택해 새로운 미래를 제시함으로써 그것이 근거하고 있는 계획과 사용의 전형적인 준거들, 지속할 수 없는 기준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했다. 시나리오들이 펼쳐낸 고유하고 흥미로운 지형들을 대략 다음과 같이 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화장실과 장묘장의 건축과 문화를 다시 쓴 두 시나리오는 그 스케일이 확연히 다르면서도 개인과 한 사회의 문화가 만나는, 인간의 생리와 자연의 생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개입하는 시나리오로서 흥미로웠다. 

'공개공지’를 다종의 생물이 공존하는 미래의 거주지로 리노베이션한 참가작은 특정 공간이 아닌, 제도로 규정된 공간을 대상지로 삼음으로써 확장성을 가질 수 있는 접근이 돋보였다. 

국회에 표류 중인 ‘동물 비물건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최종입법을 가정하고 청계천을 대상지로 일대의 애완동물 판매상가의 생물종의 해방과 연결 생태계, 사람의 거주까지를 포함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깊게 질문한 시나리오는 그 치밀함이 소논문 같았다. 

50년, 100년의 긴 시간, 광역의 시나리오를 펼친 참가작들이 있었던 한편, ‘혜화동에서의 1년’은 수세미라는 특정 식생이 생장하는 ‘생태의 시간’과, 그 식물을 소재로 건물을 재건하는 ‘건축의 시간’을 교차하게 한 시나리오로, 당장 실행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구체성이 돋보였다. 

한 농촌 마을이 사라지고 허물어지는 과정을 거주자 ‘모두’의 관점에서 ‘아름다운 사람이 머문 자리’를 대체해 다양한 생명체의 이주를 허용하는 ‘계획’과 ‘실행’을 요하는 시간으로 접근한 시나리오에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수상작들은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주제도 다루었다:

  • 화석 에너지원에서 재생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 용도를 전면검토해야 할 주유소, 주차장, 도로 등의 이동 기반시설이 전환을 촉진하는 네트워크가 되는 상상. 
  • 자연과 도시 경계에 위치한 인구구조의 변화로 전환이 촉구되는 폐교는 어떤 배움의 장소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시나리오. 
  • 해수면의 상승, 잦은 홍수 등으로 위기에 처한 수변 공간이 물 안팎의 생명체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시간.
  • 다양한 문맥에서 접근한 아파트와 빈집, 빈집이 될 아파트에 대한 과감한 상상들.
  • 1차 생산 기지로서 논을 모두의 ‘거주’의 공간으로 보고 리노베이션한 시나리오.

시나리오를 한 단계, 다음 단계 따라 읽으며, 참여팀들이 ‘의구심’과 ‘한계’라고 느꼈을 난감한 지점들을 공감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절벽 같았을 그 지점을 과감히 뛰어내려 이야기를 지속한 경로를 감탄하며 따라가곤 했었다. 참여팀들이 관찰하고, 대화의 장을 만들고, 액션을 촉구하는 계획가로서뿐 아니라, 화자로서 이야기의 안팎을 넘나드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고, 이 또한 주목할 만했다. 무엇보다 시나리오상에서 때때로 논리의 비약 같았던 바로 그 균열의 지점들이야말로 ‘내일의 지구를 위한 오늘의 건축’을 이어갈 동료들에게 이번 공모의 참여자들이 구축해 선물한 ‘디딤돌’이라고 생각한다. 

한시가 급한 멀고 먼 여정도 한 걸음부터다. 모두의 노력으로 한 걸음을 나아갔다. 600~900명에 이르는 참가팀 구성원들의 안내로 보이지 않던 길을 보고,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각을 일깨우는 놀라운 시간이었다. 글을 마무리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 심사위원 조재원


심사평 2

‘모두의 집: 내일의 지구를 위한 오늘의 건축’이라는 주제는 오늘날 지구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시의적절하다. 

작년 7월에 시작된 주제에 대한 논의는 근현대 도시와 건축계획의 기준이 되어온 비장애, 이성애자, 남성의 몸이라는 범주에서 소외되어 온 대상들을 살펴보자는 데서 출발하여,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반성과 비인간 생물종을 동등한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의까지 확장되었다. 그간 ‘친환경건축’, ‘지속가능한 건축’, ‘생태건축’ 등의 용어로 업계에서도 많은 연구와 법제정, 실무에의 적용이 진행되어 왔지만, 기술적인 측면만이 부각되어 왔고 도시와 건축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인문학적, 철학적 담론들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정림학생건축상에 제출된 297팀이 제기한 문제의식과 제안들은 이런 현실 속에서 길어올린 값진 마중물이다. 1차 심사에서 17개의 제안을 추릴 때, 완성도도 물론 중요했지만,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이슈를 골고루 다루고 있는지를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인공적으로 복원한 청계천이 과연 생태적인 장소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 일부 구간을 인간의 접근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방사구간을 만드는 제안을 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공개공지가 아닌 비공개공지를 만들자는 전위적 발상을 제안한 ‘This Open Space is Private’은 당장 실천해 볼 수 있는 방법으로 대도시 속에서 다시 우거지고 우글거리게 하는 리와일딩을 시도하는 좋은 제안이다. 

수세미라는 바이오머티리얼을 건축재료로 활용한 ‘혜화동에서의 1년’은 지역재료를 활용하면서 계절과 시간이라는 감각을 건축생산과정에 결합시킨 신선한 제안이고, ‘창신동, 격자에 녹아들다_공존을 위한 계면의 형성’은 비인간 생물의 모듈러 요소를 3차원적으로 분석해 보려는 접근이 인상적이다. 어쩌면 모든 생물은 서로의 계면을 인식하고 그걸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게 아닐까. 오직 인간만이 그걸 인식하려는 노력 없이 마구 침범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성을 하게 된다. 

‘모두의 화장실’은 시선을 땅속 균근 곰팡이에게까지 확장하고 곰팡이와 나무들이 공유하는 우드와이드웹(wood wide web)의 형성을 돕는 제안으로, 공적 가치 실현에 효과적인 공원 내 화장실을 사이트로 선정한 영리한 제안이다. 

‘아름다운 사람이 머문 자리’는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을 위협으로만 보지 말고, 인간이 점유했던 장소를 다시 자연에 잘 돌려주는 기회로 삼아보자는 인식의 전환을 제안한다. 미래엔 리와일딩 전문 건축가가 직업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용산 미군기지의 오염문제와 새로운 장례문화를 결합한 ‘Finale Grove_최후의 숲’, 전기차와 수소차의 등장으로 폐업하게 될 주유소를 활용하여 도시에 징검다리 녹지를 만들자는 ‘Nestation:주유소의 미래’도 충분히 현실적으로 고려해 볼 만한 제안이다.

그 밖에도 인구축소기의 폐교와 아파트 문제를 다룬 ‘학교를 잊고, 학교로 잇다’, 'Concrete Veins', ‘Concrete Utopia’, 그리고 해수면 상승에 따른 변화를 예측해 본 ‘물 속의 우리’, 활기를 잃은 산자락과 맞닿은 시장을 동굴의 공간구조로 해석, 다양한 생명체의 서식지로 재구성한 ‘Recaving:Market(h)all’을 비롯, 일일이 다 언급할 순 없지만 이번 공모전을 통해 얻은 귀중한 제안들이 부디 정책입안자에게 전달되어 인간중심적 개발논리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주제를 정하고 심사를 하는 모든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이번 계기를 통해 우리의 삶과 터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인간종으로서 어떤 태도를 갖고 건축을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앞으로도 많은 고민과 실천을 하게 될 것 같다. 이 공모전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건축의 미래가 밝게 느껴진다.

- 심사위원 김정임


심사평 3

야생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문명은 자연과 맺어 온 관계를 반성하며 다시 야생으로 생태적 전환의 방향을 돌리고 있다. 리와일딩(Rewilding)으로 가는 미래지향적 물결이다.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아방가르드적인 낯선 개념이다. 우리 땅에도 리와일딩 씨앗이 싹트기 위해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철학적 사유를 길러내야 한다. 상충하는 여러 이해관계와 갈등에 조응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2024년 정림학생건축상이 ‘모두의 집: 내일의 지구를 위한 오늘의 건축’이라는 주제로 그 포문을 열었다. 

건축이 비인간 누구와 어떻게 공존하며 시공간적인 타협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에 대해 전국 여러 대학의 400여 팀이 리와일딩의 씨앗을 뿌렸다. 그중 297팀이 비인간 ‘모두’가 공존하는 시나리오의 싹을 틔웠다. 이 싹들은 새로운 지식의 초석을 놓자고 한 이번 공모전의 가장 큰 수확이다. 비인간과 공존의 과정을 고민하고 연습해 본 이 학생들이 미래 건축의 씨앗들이다. 1차 심사를 거친 17개의 수상작은 다양하고 창발적인 접근으로 구성되어 리와일딩 건축 시나리오의 기대되는 컬렉션으로 활용될 것이다.

학생들이 제출한 거의 모든 작품은 도시와 인간의 반성과 성찰로부터 시작한다. 학생들은 도시와 건물을 어떻게 비우고 인간이 점유한 공간을 어떻게 양보할 것인지, 콘크리트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게 환경에 윤리적인지 고민한다. 건축 공부하는 학생들이 한결같이 ‘비인간’의 존재를 인정하고 말하는 게 뜻밖에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였다. 공존의 대상은 멧돼지 개체수를 조절하는 토종 여우부터 다양한 텃새와 철새, 갇혀있는 외래종 동물, 미생물인 곰팡이와 지의류 등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는 ‘비인간’ 사용자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건축물 재료와 공간구조에 대한 기술적인 아이디어와 접근이 탁월하다.

다소 아쉬운 지점도 있다. 대부분 안이 인간의 역할과 행위자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야생동물과의 공존에 대해 낭만적이고 평화로운 단선적인 서사에 머물러 있다. 이는 야생동물의 행위주체성과 역동성, 생물간 상호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리와일딩 계획에서는 야생동물과 생태계에 대한 체험적 지식이 요구되고 자연과 야생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충분히 숙고하여야 한다. 한편 지역 개발압력과 인간사회의 관여, 동물과의 상충 등 복잡한 이해관계를 배제하는 측면이 많은데, 예측 가능한 문제점과 갈등에 대한 대응 전략과 해법을 제안하는 시나리오로 발전되어야 한다.

기후·생태 위기가 닥쳐오고 인구감소에 따른 도시가 축소되는 사회적 배경에서 이번 공모전을 준비한 학생들은 리와일딩을 상상하고 꿈을 꾸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의 사회는 이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생태보호구역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갯벌과 섬을 파괴하여 신공항을 건설하며, 개발제한구역과 군사보호구역을 해제하여 메가 시티를 건설하고, 초고층의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종말적 위기에서 더 나은 파국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비인간의 야생과 공존할 수 있는 상상과 도전, 준비와 연습으로 빌드업되어야 한다. 이번 건축공모전에서 배출된 17개의 리와일딩 시나리오 컬렉션이 국내에서 인류문명의 반성과 야생의 재시작을 재촉하고 있다. 새싹이 자라 나무가 되어 숲이 될 때까지 도전해보자. 건축이 그 전환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

- 심사위원 최진우


최종 결과 발표

대상

  • 2024-00038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조범희(경희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이지훈(경희대학교 외식경영학과), 이윤지(경희대학교 문화관광콘텐츠학과)
  • 2024-00047 혜화동에서의 1년 / 김조운, 장주영(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전공), 정세영(한양대학교 건축학부)
  • 2024-00113 아름다운 사람이 머문 자리 / 이기범, 노지환(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 2024-00150 This Open Space is Private / 박재아, 정민지(서울대학교 조소과), 김혜린(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 2024-00253 모두의 화장실 / 차영원, 김연지, 장현지(인하대학교 건축학과)

입선

  • 2024-00015 그대들은 어떻게 사라질 것인가 / 유승완, 조슬기(충남대학교 건축학과), 이지오(서울대학교 의학과)
  • 2024-00018 Concrete Veins / 김제천, 강하은, 김시혁(계명대학교 건축학전공)
  • 2024-00019 물 속의 우리 / 송유연, 김자현(고려대학교 건축학과)
  • 2024-00045 Nestation: 주유소의 미래 / 김유신(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 2024-00071 Finale Grove_최후의 숲 / 김혜영, 이은비, 박사윤(국민대학교 건축학과)
  • 2024-00090 창신동, 격자에 녹아들다 / 박찬홍, 홍성민, 김가현(아주대학교 건축학과)
  • 2024-00092 Recaving: Market(h)All / 원지연(인하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 이준표, 하영제(인하대학교 건축학과)
  • 2024-00098 수직발효도시 / 신민, 이현민(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 2024-00204 학교를 잊고, 학교로 잇다 / 정윤재, 차민준, 정민웅(한양대학교 건축학부)
  • 2024-00217 Concrete Utopia / 최재원, 이민태, 김재윤(동명대학교 건축학과)
  • 2024-00341 논가 / 강재석, 김대경, 박상진(부경대학교 건축학과)

대상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조범희(경희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이지훈(경희대학교 외식경영학과), 이윤지(경희대학교 문화관광콘텐츠학과)

청계천은 과연 ‘모두’를 위한 곳일까? 인간이 복개하고, 필요에 의해 인공물을 부여해온 청계천 일대. 다시 인간이 개거하고 기존의 인공물을 부수고 다시 인공물을 부여하며 청계천을 복원하였다. 이 청계천의 복원 결과와 현 상태를 두고 우리는 생태성을 논할 수 있을까? 과연 청계천과 그 일대는 생태적인 곳인지, ‘모두’를 위한 곳인지에 대한 의문이 프로젝트의 출발이었다.

한편, 생태하천이라 이야기하는 하천 물줄기 한 변에는 여전히 수많은 생물을 우리에 가두어 판매하고, 불법적인 거래가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애완동물 판매 상가가 위치해 있다. 생태하천 - 애완동물 판매상가의 공존은 가히 모순적이다. 이 모순의 공간 일대를 개선하고자, 여기서 청계천의 생태계와 애완동물 판매 상가의 동물들을 ‘모두’로 새로이 정의한다.

청계천의 온전한 하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생태거점의 역할을 하는 ‘방사구간’을 이용한 ‘방사효과’의 이용성을 활용해야 한다. 하천 내 생태성 회복의 시작 지점인 방사구간이 있을 경우, 물리적 구조 등급이 개선되며 생물종 다양성 역시 증가한다. 이러한 방사구간의 생태성 변화가 하천의 상류-하류 내 일정 구간으로 퍼지는 방사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3단계 계획을 통해 청계천과 애완동물 판매상가 일대를 조성하고자 하며, 방사구간을 추가하여 방사효과가 종횡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마스터 플랜을 제안한다. 우리의 제안은 궁극적으로 생활방식과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밑바탕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상 - 혜화동에서의 1년

김조운, 장주영(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전공), 정세영(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건축적 연구가 왕성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바이오머티리얼즈(Biomaterials)의 활용은 재료적으로 미래를 그려나가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해당 방식은 다양한 농수산업 부산물의 활용을 기반으로 이루어졌고, 농어촌을 기점으로 한 지역재료의 연구와 활용은 바이오머티리얼즈 건축의 핵심가치이다. 그렇다면 이런 바이오머티리얼즈를 활용한 건축적 접근이 도시환경에서는 적용될 수 없을까? 

Project LUFFA는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부지활용이 조밀하게 계획된 도시환경에서 바이오머티리얼즈 건축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적용하고자 한다. 다양한 후보군 중 서울이라는 맥락에 가장 적합하고, 단일작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량의 산물이 생산되는 작물로 수세미(LUFFA)를 선정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원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건축으로 전환하고 적용할 수 있을까? 보다 지속가능한 방향의 건축행위를 위해서는 건축재료를 채굴하고 가공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embodied energy)와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재료적인 접근으로, 기존 건물에 활용된 건축자재를 재사용하는 방법이다.

대상지로 설정한 혜화동은 준공 후 40년이 지난 적벽돌 건물들이 밀집되어있는 곳이다. 현장에서 수급되고 가공된 재사용자재들은 대상지에 재배치된다. 전반적으로 낮은 층고와 좁은 차고공간 등 옛 건물의 성격을 고려하여 새로운 작업이 필요한 공간에 재사용자재 활용계획을 수립한다. 리노베이션에 투입될 자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계획안이 수립되면 비로소 순환체계 안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바이오머티리얼즈의 활용과 어반마이닝(지역건축자원 활용)의 핵심가치는 해당 접근이 얼마나 지속가능한 방식인가에 있다. ‘혜화동에서의 1년’은 공정이 진행되는 시기별 변화 과정들을 건축물의 디자인에 담아내고자 하였다. 이는 건축물이 축조되는 1년의 공사 기간뿐만이 아닌 향후 건물을 운영하는 단계를 고려한 계획안이다.


대상 - 아름다운 사람이 머문 자리

이기범, 노지환(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최근 대한민국의 문제점으로 기록적인 저출산과 수도권 인구집중현상으로 인한 지방소멸이 대두되고 있다. 중앙정부를 비롯해 각 지자체에서 지역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다. 이는 인구가 줄어 더이상 사람이 살지 않게 되는 상황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이 땅에 살던 비인간 주민들에게 인구 증가는 위험신호였을 것이다. 이제 인간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라 부르는 곳은 인구소멸로 인한 쾌재를 부르는 지역이지 않을까? 인간들이 이러한 지역을 붙잡기 위해 애쓰는 대신 자연으로 돌려주면 어떨까?

우리는 자연에서 빌린 땅을 반납하기 위한 4원칙을 정하여 원상복구가 아닌 회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 원칙 1. 토양은 복잡다양한 생태계의 한 부분이다.
  • 원칙 2. 식물은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주는 공동주거이다.
  • 원칙 3. 생태계의 위험한 요소는 제거해야 한다.
  • 원칙 4. 모든 것을 없애는 것보다 남길 수 있는 것을 활용한다.
중리마을은 낙동강 중하류에 위치한 농촌마을이다. 현재 남아있는 주민들이 떠난다면 이 마을은 사람이 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그동안 빌려 썼던 자연의 땅을 반납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 마을에서 인간이 편하게 살기 위해 저질렀던 다양한 비가역적인 행위가 일어났던 곳 중 주택, 도로, 도랑, 습지, 농지에서 터전 회복을 위한 개선안을 제안한다. 인간의 공간 점유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만이 다른 동식물과 지구 내에서 지속가능한 공존을 이뤄내는 방법이다.

과연 우리 사람이 머문 자리가 아름다웠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 대부분은 인공 구조물이 사라지면 자연이 알아서 회복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인간이 살기 위해 했던 많은 일들이 주변 생태에 비가역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수백수천 년의 시간 동안 형성되었던 생태계가 단순히 회복되지 않지만, 사람이 조금만 돕는다면 자연은 스스로 치료할 수 있다. 그것을 이루는 생물들과 함께.


대상 - This Open Space is Private

박재아, 정민지(서울대학교 조소과), 김혜린(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2024년 현재 폭염과 호우, 한파로 인해 인간의 실내 시설물 이용률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상 기후와 극한 기후로 실외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은 편리함을 우선시하며 지구를 인간 고유의 것으로 여기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시 회복하는 미래를 위해서는 타생명종들이 가진 동등한 힘을 인정하고, 인간 외 생명종들이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우리는 인간만을 위한 기존의 공개공지를 오히려 ‘불공평’하게 전복하여, 인간과 비인간이 비공개공지를 통해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조하며, 서로를 도시 생태계 내에서 동등한 지위를 가진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공존을 만들고자 한다. 공개공지를 선정한 이유는, 공개공지의 편재성, 즉 건축법에 의해 필수적으로 조성되어야 하며, 전세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공개공지가 본래 의도와 다르게 흡연 공간으로 사용되거나 미흡한 식재 관리로 쾌적한 도시 환경을 저하하는 등 활용도가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가산디지털단지 일대를 대상지로 삼아 비인간을 위한 비공개공지, 인간을 위한 비공개공지를 제안하며, 도시 안 위계가 잡힌 ‘관리’가 아닌 서로의 지위를 인정하는 ‘관조’로부터 공존의 가능성을 말하고자 한다.


대상 - 모두의 화장실

차영원, 김연지, 장현지(인하대학교 건축학과)

인류세의 인간은 어떻게 공생해야 할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의 90퍼센트 이상이 땅속 균근 곰팡이에게 생존을 의지한다. 이 곰팡이들은 나무들이 공유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우드와이드웹 wood wide web’이라고 불리며 식물 세상의 일부로 주변 생명(체)과 공생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하 세계로부터 곰팡이와 식물이 연결되어 생태계를 만들어가듯이, 지상 세계에도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까?

도시공원은 삭막한 도시 속 자유롭게 생태계가 군집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인간의 쉼터가 되는 공간이면서, 다양한 식생이 자라나는 공간으로서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거점 장소이다. 생태계의 흐름을 생성하는 공간으로서의 건축이 도시공원에 위치하여야 하며, 이를 도시공원에 위치한 공중화장실을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 공원의 작은 건축물이 인간중심의 개념에서 탈피하여 도시 속 생태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모두를 위한 공공의 가치를 제공하는 장소로 변화해야 한다. 인간과 비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도시의 공간을 확장하여 생태계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 ‘생태순환형 공중화장실’ 프로토타입을 제시하고자 한다. 생태 순환형 공중화장실은 도시 속에서 생태계 네트워크 확장 가능성을 가지며, 공공의 가치를 제공하는 장소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몰려오려는 순간에서야 우리는 자연과 공생할 방법을 찾고 있다. 우리가 제시하고자 하는 공생의 방법은 그들(비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우리가 간과했던 지하 세계에서 생태계를 위해 헌신하는 작은 ‘곰팡이’로부터 거대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늦었지만, 우리의 제안이 자연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에게 조금의 위로가 되기를 희망한다.


입선 - 그대들은 어떻게 사라질 것인가

유승완, 조슬기(충남대학교 건축학과), 이지오(서울대학교 의학과)

‘인류세’ 에 도달한 지구는 인간의 파괴적인 활동으로 지구열탕화(global boiling)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더는 스스로 회복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구를 치유하고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인간은 그간 행해온 환경 파멸적 행동에 대해서 반성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인간이 다시금 개입하여 지구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는 대전을 기존의 생태환경인 ‘습지’로 돌려주는 ‘습지 레노베이션’을 궁동에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도시의 일부를 자연에 돌려주고 인간이 가진 기술을 이용해 인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만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자연에 돌려주는 ‘돌려주기’ 전략이 필요하다. 다음은 인구변화에 대응이 가능한 ‘메타볼라이징하우징’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떠나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최종목표이다.


입선 - Concrete Veins

김제천, 강하은, 김시혁(계명대학교 건축학전공)

‘콘크리트 베인즈’ 프로젝트는 도시의 파편화된 녹지 문제를 콘크리트 아파트로 보고, 이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의 모습을 갖추는 미래의 비인간과 인간의 공존 주거 프로토타입을 제안한다. 

본 프로젝트에서 제안하는 콘크리트 메시(mesh)는 내부 철망을 활용해 피로 하중에 대한 변형을 용인하며, 변형에 따른 외부 콘크리트의 미세한 균열을 콘크리트 속 박테리아가 치유하게 되면서 새로운 생태계의 시발점을 제공한다. 즉, 본 재료는 표면에서 유기체의 성장을 지원하기 때문에, 비인간 거주민들이 생활하게 될 긍정적 자연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비인간과의 공존에서 비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미래의 시점에서의 변형은 비인간과 인간의 지속적인 공간사용에 따라 진행되며, 현상이 반복되면 메시의 형태 변화는 가속화되고, 더욱 개인 맞춤화된 공간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렇게 유기적 변형으로 인한 ‘콘크리트 베인즈’는 점차 자연의 비정형 형태를 따라가게 되며, 도시 속 베인(Vein) 즉, 혈관이 되어 파편화된 도시의 녹지를 이어줄 것이다.


입선 - 물 속의 우리

송유연, 김자현(고려대학교 건축학과)

세화해녀민속오일장 리-이노베이션 프로젝트, ‘물 속의 우리’는 2100년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이 프로젝트는 해당 건물의 3가지 시간 단위에 대해 고민한다. 현재까지 인간만 사용했던 건물, 리노베이션 후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게 될 건물, 그리고 인간은 떠나고 해양생물의 쉘터로 넘겨질 건물이다. ‘세화해녀민속오일장’이라는 이름처럼 해녀의 공생 정신을 이어받고 다시 해양생물을 통해 해녀의 삶에 기반이 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입선 - Nestation: 주유소의 미래

김유신(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양재천 이북의 강남구 도심지역에 작은 ‘징검다리 녹지’들을 만들어 단절된 녹지축을 연결하고, 도심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도시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생명체를 위한 공간이어야 함을 상기시키는 기회의 장으로 삼고자 합니다. 도시의 인공 구조물 중에서도 주유소는 사업성 강화를 위해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고, 지붕을 제외하면 완전히 개방된 공간이기 때문에, 도심 녹지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력이 강한 공간입니다. 강남구의 주유소들은 내연기관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용도가 사라지는 ‘프리빌트’ 구조물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폴리’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도심 곳곳에 위치한 주유소들을 녹지 공간으로 개선하면서, 인간뿐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가 모여드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만약 사용이 줄어드는 주유소를 인간과 도시를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를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면 어떨까?” 하는 물음을 주제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입선 - Finale Grove_최후의 숲

김혜영, 이은비, 박사윤(국민대학교 건축학과)

인간은 죽음 후에까지 모두의 공간인 지구의 한 영역을 점유해 자연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이에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는 장례문화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익을 쫓기보다는 인간에 의해 오염된 자연을 회복시키고 모두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묘지매립장과 화장으로 인해 발생되는 환경문제를 줄일 수 있는 장례문화인 ‘환원장’을 제안하고 이와 관련되어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함께 살아가는 모두의 집을 만든다. 용산 캠프킴 부지에 회복과 공생의 프로그램을 갖는 레이어를 오염된 땅에 설계하여 자연과 인간은 공간에 머물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입선 - 창신동, 격자에 녹아들다

박찬홍, 홍성민, 김가현(아주대학교 건축학과)

창신동 절개지는 일제강점기 시대 때 채석장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방 이후에는 이주민들이 무질서하게 집을 지어 판자촌으로 변모되었다. 이로 인해 창신동 절개지는 기존에 자리하던 생태 환경이 단절되었다. 과거로부터 생태가 단절된 창신동 절개지를 선정하여, 인간의 점유로 인해 생명과의 연결이 소실된 대지에서 비인간과의 공존을 구상하고자 한다.

절개지에 생물이 유입될지라도 생물종들 간 영역의 충돌로 인해 지속적인 공존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로 다른 생물종들 사이의 관계를 정의하는 ‘계면’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계면은 인간의 관점으로 정의하고 인위적으로 조성되는 것이 아닌 생물종이 가진 속성으로 자연스럽게 정의되는 것이다.

창신동의 여러 생물종과 인간 사회를 연결하는 생태 통로를 구축하기 위해, 정형적인 그리드에 생물의 불규칙한 벡터 속성을 첨가하여 공존의 공간을 형성한다. 그리드 속에서 생물의 점유 공간으로 읽히는 물체들은 서로 중첩되고 엇갈린다. 이때 생물 사이에서 형성되는 복잡한 경계 요소들, ‘계면’이 생물들 간의 관계 구축의 핵심이 된다.


입선 - Recaving: Market(h)All

원지연(인하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 이준표, 하영제(인하대학교 건축학과)

우리는 인간이 점유하고 있는 도시에서 비인간생물과 공존할 수 있는 공간, ‘도시 속 동굴’을 상상해 본다. 현대의 시장, 특히 전통시장은 인터넷 쇼핑과 대형마트의 발달로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유휴화 되어가고 있다. 시장의 구조는 비인간생물 각자의 공간을 확보하여 주면서도 건물 사이의 길에서는 교류할 가능성을 만들고, 도시 속 곳곳에 존재하여 생태거점으로 기능할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시장은 ‘도시 속 동굴’이 될 수 있다. 도시 속 동굴로서 시장이 자연의 동굴과 유사한 모습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도시 속 동굴과 자연 동굴의 거주자 및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에 맞추어 동굴의 공간적 요소를 재해석해 시장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과정을 ‘재동굴화(Recaving)’라고 칭하기로 하였다. 재동굴화의 과정은 시간에 따라 단계별로 이루어지고, 이는 하나의 큰 시나리오를 이룬다.


입선 - 수직발효도시

신민, 이현민(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미생물은 수십억 년 동안 피드백을 통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지원하고 모든 유기체와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인류세를 넘어 미생물세(Microbiocene)로 관점의 이동은 인간을 생태계 그물망의 일부로 재인식하고 인간-비인간의 공존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구적, 문화적 발효를 통해 인간이 미생물-지구의 공생을 돕는 ‘미생물 매개자’의 역할을 상정하고, 새로운 ‘발효 순환고리’를 제안한다. 수직발효도시는 발효가 인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미생물과 다수 종이 공생 및 협업하는 것의 인지를 넘어 인간이 진정한 미생물세로 돌입하는 과정을 구조화한 도시이다.


입선 - 학교를 잊고, 학교로 잇다

정윤재, 차민준, 정민웅(한양대학교 건축학부)

폐교된 은혜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 모두가 공생하는 학습 공간을 제안합니다. 폐교로 인해 비워진 공간이 다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아 불광동 커뮤니티를 연결하게 될 것입니다. 초등학교의 구조적 모듈을 해체하여 자연이 관입될 가능성의 공간을 확보하고 자연을 건물 내부로 흡수시킵니다. 이를 통해 여우를 복원하여 생태계를 회복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합니다. 기존 불광동의 끊어진 대지를 복원하고, 커뮤니티 시설을 갖춰 자연과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을 촉진합니다. 폐교 리모델링은 학교를 잊는 따뜻한 마무리이자, 자연과 인간과 커뮤니티를 잇는 새로운 시작일 것입니다.


입선 - Concrete Utopia

최재원, 이민태, 김재윤(동명대학교 건축학과)

과거의 아파트는 최소한의 면적대비 최대 효율을 위해 만들어진 건물로서, 어떤 의미로는 자연을 최소한으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은 아파트의 금전적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인식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과도한 난개발로 이어져 자연을 더욱 빠르게 밀어내게 되었다. 인구가 줄어든 미래의 아파트는 폐허로 바뀌어 자연에 남게 될 것이며, 이는 자연을 단절시키게 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꿈꾸며, 자연을 단절시키고 있는 포항시의 아파트를 대상지로 선정했다. 현재 대지 사면에 도로, 담장, 고가도로로 인해 동물들이 접근하기에 위험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며 또한 준공 후 30년 이상 시간이 흘러 개보수가 필요한 상태다. “다가올 미래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부분 철거 중에 발생하는 건축 폐자재를 재활용한 새로운 주거 타입과, 끊어진 자연을 잇고 순환할 수 있는 생태통로를 제안하고자 한다.


입선 - 논가

강재석, 김대경, 박상진(부경대학교 건축학과)

논가의 설계 핵심은 ‘룸메이트’입니다. 우리는 ‘모두’라는 단어의 개념을 동식물뿐만 아니라 모든 유기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인식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이 모두의 삶의 터전인 지구에서 물리적 공간의 점유를 내려놓고 다른 종들의 움벨트를 고려하며 동등한 지위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인간 식량’의 생산지였던 ‘논’에서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야생적인 공간’ 가능성을 엿보려고 합니다. 논은 논을 돌보는 인간의 거주지를 비롯하여 다양한 생물종의 주거지를 포용할 잠재력이 있으므로,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인간의 지배적인 지위를 내려놓고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서 동등한 지위를 가지기에 정말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에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금개구리 논을 선정하여 논의 그리드를 재구성하고, 모두와 함께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생물의 보고이자, 다양한 비인간 생물군들의 중요한 생태계적 노드의 기능을 복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주제 글 1

인류의 문명활동이 지질학적인 힘으로 작동해 이미 이전과 다른 지질학적 시간대, ‘인류세’에 접어든 상태라는 사회적, 문화적 공감과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로 도래하고 있는 기후위기 속의 재난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예측도, 통제 가능성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우리 능력을 벗어나 있다. 

인류가 문명을 발달시켜 온 중심에 건축이 있다. 건축으로 국가를 재건하고, 경제를 일으키며, 사람을 모으며 문화를 이루어왔다. 한 문화권의 정신과 유산은 종종 건축물로 남는다. 집단학습된 직능의 지식과 기술, 논리와 이성으로 불확실한 상황을 확정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은 인류문명 구축에 기여해 온 건축의 동력이었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의 건축이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사회적으로 환경적으로 건축의 공공성과 책임에 대한 논의가 점점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건축이 ‘거주자’로 상정하고 계획의 중심에 두는 대상은 ‘인간’이다. 그중에서도, 르코르뷔지에의 모듈러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근현대 도시와 건축계획의 기준이 되어온 인간의 ‘몸’은 ‘(비장애)(이성애자)(남성)의 몸’이며, 이를 중심에 두고 주변부의 ‘약자’로 확장을 모색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동안 건축이 배제한, 지구상에 거주하는 수많은 종의 생명체와 각기 다양한 모습과 능력을 지닌 인간의 몸이 어떻게 공존의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당면 과제로 놓지 않고서는 건축은 해법은커녕 거대한 문제의 일부가 될 우려가 있다. 상황의 급박함을 인지하고 전환을 모색하는 건축가라면 현재의 도시와 건축의 공간을 어떻게 다시 봐야 할까. 더 적게 짓거나 짓지 않는 건축도 건축 안에서 논의될 수 있을까. 계획의 목표와 과정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어떤 새로운 지식과 논리가 전환의 실무에 적용되어야 할까.

이번 공모는 시급한 질문들을 건축산업의 문제로, 기술의 문제로 유예하지 않는다. 참가자들에게 바로 지금, 익숙한 기존의 건축과 장소를 ‘지구’라는 대지, 인간과 비인간을 포함하는 ‘모두’라는 거주자를 인식하는 지도 위에 올려 성찰하고, 내일의 지구를 위한 새로운 공존의 공간과 규범을 함께 상상해 보자고 요청한다.

우리가 지구를 비롯하여 그 거주자 모두와 맺는 관계를 재배치하는 공간을 짓기 위해서는 건축의 직능이 축적해 온 과거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건축가 자신의 경험에 의지하는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탐구해야 할 것이다. 참가자가 제안할 공간에 함께 거주할 ‘모두’는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대상이 아니다. 또한 개별 대지를 선정하여 관찰하고 분석해야 한다. 새로운 공간은 미래 시나리오로부터 정의되고, 변화에 열려있어야 할 것이다. 비록 불완전할지라도 개별의 대지마다 특정한 거주자, 건축가와 다양한 협력자가 함께 관찰하고 상상한 바를 가지고 새로운 공존 규범을 만들기 위한 ‘미래의 지식’을 만드는 동시에, 그것을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건축과 도시에 새겨진 인간 중심의 관점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몸과 환경을 인지하는 관습적인 편향성을 깨고, 비인간 거주자와의 공존을 인지하며, 때로 인간 없는 건축과 도시를 상상해야 할 수 있다. 

김초엽 작가는 『사이보그가 되다』에서 하나의 생물체가 주관적으로 인지하는 세계, 살아가는 환경을 일컫는 ‘움벨트(umwelt)’를 이야기하면서, “지구상의 생명체는 서로 너무나 다른 움벨트와 감각 세계, 미학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 안에서도 이 감각 세계는 흔히 어긋나고 미끄러진다”며, 그 불가해함에도 불구하고, 소설가로서 “타인의 삶을 애써 상상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에게 SF는 “나와 다른 존재를 탐구하는 과정”이자,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이야기이고, 다른 존재들을 세계의 중심에 두는 이야기이며 세계를 재설계하는 상상을 펼치기에 가장 적합한 사고 실험의 장”이라고 썼다. 여기에서 소설가를 건축가로, SF를 이번 공모의 시나리오 제안으로 대입해 본다.

이번 공모가 참가자 모두가 함께 만드는 내일의 지구를 위한 ‘사고 실험의 장’이 되고, 공모의 성과가 건축으로부터 출발하되 건축에 머물지 않는, 꿈틀거리며 생동하는 이야기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 심사위원 조재원(공일스튜디오 대표)


주제 글 2

우리는 다 같이 직경 약 12,800 킬로미터의 크기에 시속 1,670 킬로미터의 속도로 빙빙 돌면서 시속 107,000 킬로미터의 속도로 궤도를 따라 날아가는 우주선 지구호에 탑승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가? 게다가 이 지구호에는 사용설명서가 탑재되어 있지 않다.[1]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과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유한성과 순환성에 대하여 무지했지만, 그동안은 소비할 수 있는 자원이 충분했기에 생존할 수 있었다.

올해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ing Day)은 8월 2일이었다. 지구 생태용량이란 지구에서 한 해 동안 생성할 수 있는 자원의 총량을 가리킨다. 이를 초과했다는 건 인간이 자원을 사용한 뒤 나오는 폐기물의 양이 지구가 흡수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즉, 올해의 남은 다섯 달 동안은 인간이 지구에 생태 빚(Ecological Debt)을 지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날은 매년 앞당겨지고 있다.)

해가 갈수록 극심한 피해로 드러나는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기의식, 그리고 인간생물과 비인간생물을 지구에 서식하는 동등한 생태적 지위를 가진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자본의 논리에 따라 짓고 부수고를 반복하는 인간중심적 건축방식에 대한 회의와 반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이, 지구상 수많은 생물 모두의 삶의 터전인 지구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거처로서 물리적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해 나갈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세상에 어떻게 ‘존재해야’ 할까?

올가 토카르추크의 『다정한 서술자』를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우리와 그 이전 세대는 세상을 향해 늘 “네, 네, 네”라고 말해야 한다고 훈련 받았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늘 이렇게 되뇌곤 했다. 나는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볼 것이고, 여기도 가 보고 저기도 가 볼 것이며, 이런저런 모든 걸 경험할 거야. 나는 이것을 가질 테지만 그렇다고 저것을 포기할 이유는 없잖아…, 지금 우리 곁에 출현한 새로운 세대는 작금의 새로운 상황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선택이란 “아니, 아니, 아니”라고 말하는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는 법을 훈련하고 있다.  나는 이것도 포기하고 저것도 포기할래, 이것도 자제하고 저것도 자제해야지, 필요 없어, 안 해, 갖고 싶지 않아, 단념할게.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지구호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 인간생물이 스스로 규정짓고 누려왔던 생물학적 지위를 내려놓고 수많은 포기와 ‘하지 않음’을 실천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내려놓고, 모두 함께 당장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실천들을 공유하고 행동하고 격려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오늘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정림학생건축상 2024에서는 ‘모두의 집: 내일의 지구를 위한 오늘의 건축’이라는 주제 하에 그간의 인간생물 위주로 건축과 도시를 이루어 온 방식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함과 동시에 사용자에 대한 편협한 정의에서 벗어나 우리의 복합성과 다른 생물들에 대한 의존성을 깨닫고 확장된 관점에 근거해 서로 기여하고 공존하는 삶의 방식, 지구라는 유일한 장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새로운 거주방식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심사위원 김정임(서로아키텍츠 대표)



[1] 벅민스터 풀러,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 열화당, 2018.


주제 글 3

사람이 만든 인공물질이 지구 생물량을 넘어섰다. 인간 활동 영역이 확장되면서 경작지가 늘어나고, 건물과 도시 건설이 이어졌고, 반대로 야생의 면적은 계속 감소했다. 20세기 초반에는 인공물질이 전체 생물량의 약 3%에 불과했는데, 불과 일세기 만에 인류의 인구는 4배가량 증가했고, 1960년대 이후로 인공물질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인공물 대부분은 콘크리트와 골재, 벽돌이나 아스팔트 같은 건설재들이다. 이제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생물량은 인공물의 0.36%에 불과하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1만 년 전 인간과 가축은 지구 생물량 중 1%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90%가 넘는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야생동물과 인간·가축의 무게를 대조하며 지구 동물 중 한 종에 불과한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와 과도한 개발은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며 수많은 야생동물을 내쫓고 멸종의 길로 인도했다. 그 결과는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인간 탐욕의 결과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인류문명의 발전과 인간 정주지와 도시 확장은 자연과 야생동물의 터전을 밀어내고 그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이룬 성과이다. 앞으로도 자연과 야생을 계속 말살할 것인가? 도시에서 야생동물을 혐오하고 배제할 수밖에 없는가? 과연 인간의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은 야생의 온전한 자연과 대척점인가? 인수공통감염병을 예방할 방법은 야생과의 차단과 격리가 최선인가? 야생과 함께 공존하는 방안은 없는가? 

찰스 다윈의 후계자로 불리는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의 유전자에 본능적으로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가 내재되어 있다고 했다. 바이오필릭시티(Biophilic city)는 단순히 물리적인 차원에서의 친환경 요소가 아니라, 인간 삶의 공간과 자연과의 유기적인 연결성을 중요시 여긴다. 야생과의 호혜적인 상호관계성을 기반으로 자연과의 유대감을 키워야 한다. 인프라 차원에서의 녹지공간은 권태롭고 작위적인 경관일 뿐이다. 다양한 생명을 품어내는 야생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는 자연 없이 살 수 없으며 오히려 야생의 귀환을 열망하기도 한다. 야생을 지워버리고 야생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문명은 이제 자연과 맺어 온 관계를 반성적으로 돌아보고 다시 야생으로 생태적 전환의 방향을 돌리고 있다. 유럽과 북미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리와일딩(재야생화, Rewilding)은 근대적 인간-자연 관계를 전환하고자 하는 시도이며,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리와일딩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통해 작동하는 근대적 자연 보전과 차별화된다. 비인간생물 스스로의 활력과 의지에 따라 탈바꿈하도록 야생에 길을 열어주는 회복의 방법이다. 대형 포식자의 귀환으로 생태계의 역동적인 상호관계가 풍부하게 돌아오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한편,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물러나거나 이상적인 생물종 조합을 재건하고 복원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리와일딩의 핵심은 자연과 우리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인간을 야생의 자연과 다시 연결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다른 종의 삶도 보호할 수 있다.

“우거지고 우글거리게 둘 수 있다면, 더한 아름다움을 만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 정세랑 작가의 ‘설렁설렁 탐조생활’[1]

우리가 생활하는 도시와 마을에도 야생은 돌아올 수 있고,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그들은 이미 같이 살고 있다. 어떤 생물종은 환영을 받기도 하지만, 대개 불쾌하고 피해를 준다며 혐오와 배제의 위협을 받는다. 생명을 배려하지 않는 싹쓸이식 개발 관행과 벌레 한 마리를 용납하지 못하는 박멸된 깔끔함을 선호하는 태도가 문제다. 그런데도, 야생은 인간이 점유한 땅과 건축물에서 끊임없이 기생하거나 공간경쟁을 벌인다. 길고양이 같이 인간의 핍박과 보살핌 속에서 야생의 법칙을 넘나들며 경계에 선 동물들도 늘어가고 있다. 

온전한 ‘야생의 땅(wilderness)’을 만들기는 어려우나, ‘좀 더 야생적인(wilder)’ 곳을 만들 수는 있다. 생태중심주의 사상가 알도 레오폴드는 야생의 관점에서 너무 작은 땅이란 없다고 말했다. 건물에서, 마을에서, 도시에서도 자연의 원리가 더욱 융성하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소외되고 격리된 현상이야말로 자연을 보호하고 야생을 복원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결국 인간의 생태적 감수성과 생태적 윤리를 일깨울 수 있는 인간 마인드의 리와일딩이 필요하다. 

건축은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류가 건축물 밖의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서 건축은 자연에 개방적이고 그 자체로 생태계가 되어야 한다. 건축은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의 존재 모두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건축이 비인간생물 누구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야생과 시공간적인 타협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배타적인 사람의 태도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지, 생태계 공진화(coevolution)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과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인류와 자연을 구원할 대단한 해법은 아닐지라도 다양한 뭇 생명을 초대하여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꿈과 이상을 펼칠 수 있도록 젊은 건축가의 야심 찬 역할을 기대한다.

- 심사위원 최진우(환경생태 연구활동가)



[1] 생명다양성재단 뉴스레터 하늘다람쥐 42호


심사위원 프로필

김정임

서로아키텍츠의 대표로 마스터플랜과 건축설계, 오피스플래닝 등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해오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변화하는 구성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과 관계성을 고찰하고 건축 공간에 반영하는 것에 흥미가 있다. 대표작으로는 양천공원 책쉼터, 마곡하늬중학교, SK디앤디본사 및 SK가스 본사 업무공간혁신, NEW 논현사옥, 라테라스 한남, 서울스퀘어(구 대우빌딩) 리모델링 등이 있다. 배재대 하워드관(2011), 라테라스 한남(2013)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애월_펼쳐진집(2018)으로  제주건축문화대상, 양천공원 책쉼터(2021)로 서울시 건축상과 대한민국공공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조재원

공일스튜디오(0_1studio)대표다.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 적정하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더하는 사회적 공간을 탐구하고 실현하는 데 관심을 두고 일하고 있다. 근작으로는 통의동 6번지 근생을 리노베이션한 대우재단사옥 오르비스,강동그린나래복지센터의 발달장애인 보호작업장+체육관으로의 리노베이션, 대학로 샘터사옥을 리노베이션한 공공일호가 있다. 2010년 제주 돌집 플로팅L로 제주건축문화대상 본상, 2011년 대구 어울림극장으로 공공디자인대상 그리고 2016년 코워킹플랫폼 카우앤독으로 서울시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다.
 

최진우

전문 연구자와 환경운동 활동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환경문제 해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환경생태 연구활동가(Eco-Activist Researcher)이다.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전환 도시를 위해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여러 시민과학 활동과 시민행동에 함께 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가로수시민연대 대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 기후재난연구소 기획위원장,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 철새보호구역 시민과학 연구로 2021년 숲과나눔재단 환경학술포럼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일정

  • 주제설명회: 2023년 11월 29일(수) 오후 7:00 / 재단에서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
  • 참가 신청: 2023년 11월 6일(월) ~ 2024년 1월 4일(목)
  • 과제 제출: 2024년 1월 15일(월) ~ 18일(목)
  • 1차 심사 기간: 2024년 1월 22일(월) ~ 2월 15일(목)
  • 1차 심사 결과 발표: 2024년 2월 16일(금)
  • 최종 공개 심사: 2024년 3월 2일(토) / 정림건축 김정철홀

설계 과제

현존하는 부지/건축물/장소/기반시설 등 인간이 만든 구조물을 선택하여 ‘지구’의 관점에서, ‘모두’로 확장된 사용자의 관점에서, 현재의 계획대상지를 성찰, 전향적으로 재검토하고, 참가자가 정한 시간의 스케일로 리-이노베이션(리노베이션)의 미래 시나리오를 작성함으로써 ‘모두’를 위하여 공간을 점유하는 새로운 거주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 과제다.

현존 계획 대상지의 분석과 ‘모두’ 정의

참가자들과 가까운 어떤 장소나 건축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나의 집, 집과 이웃한 공원(각종 편의, 부대시설(체육시설/유치원/공연장)을 포함한), 빈집에서 학교 캠퍼스까지 인구감소로 유휴화된, 될장소들, 역사/터미널, 아파트 유닛/파사드/지하 주차장, 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도서관/보건소 같은 커뮤니티의 거점, 도시 숲, 병원, 조경과 거주 공간이 어우러진 호텔, 숲 체험/휴양림 등의 산림휴양시설, 중소도시의 인프라, 농촌의 농촌주택표준설계 등등.

현존 계획대상지의 선택은 공모와 참가자의 주제 의식을 실험하고, 임팩트 있는 시나리오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는 적정한 대상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계획대상지의 생태적 맥락, 현재의 용도, 사용자 정의 등을 관찰하되 새로운 생태 맥락과 확대된 ‘사용자’의 관점을 도입해 성찰적으로 분석, 재검토한다. 계획대상지의 특수성, 참가자의 주제 의식과 연계하여 확장된 거주자 ‘모두’의 범위를 설정한다. 기존의 표준 인간(어른-건강한 신체의–남자)을 사용자로 인식하던 관념에서 벗어나 참가자가 대상으로 하고 싶은 확장된 사용자 특성을 서술한다.

시나리오 작성 

결과물의 형식을 계획안이라 하지 않고 ‘시나리오’라 함은 현존하는 계획대상지를 분석, 관찰하는 시점이나 이 장소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미래를 상상으로 구축하고 제안함에 있어서 시간을 지운 ‘공간’의 스펙터클이 아니라 과정, 시간성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구체화하는 형식이라는 의미다. ‘모두’가 공존하는 양태와 필요한 거주의 형식을 참가자가 정의한 시간의 스케일로 시나리오로 작성하고, 행위자들의 변화와 공간의 재구조화 방식을 도면으로, 이미지로, 스토리로 재현한다. 현재와 제시하는 미래의 관계를 단계로 제시할 수도 있고, 근미래, 먼 미래의 한 시점을 제시하여 시나리오를 수용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시점에 이르는 단계들을 상상토록 열어둘 수 있다.

예시) 건축적으로 생각해볼 만한 출발점

* 심사위원이 참가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기존 건축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주제를 해석할 단초를 예로 든 것. 이를 참고하되, 참가자가 자유롭게 접근하고 해석하여 시나리오를 작성하기를 바람.

  • 철과 유리로 만들어진 매끈한 표면은 인간생물의 입장만을 허용하며 비인간생물은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비인간생물의 특성을 고찰하고 서식지 내에서 공존할 수 있는 건축적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새가 살 수 있는 표피 디자인은 무엇일까? 땅속 생물들을 고려한 토지의 점유방식은 어때야 할까?
  • 지금 정부가 법적 규제를 통해 지향하고 있는 친환경건축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예전에 누렸던 것들을 포기하고 ‘하지 않음’을 선언할 때 건축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 건축의 새로운 구축 방법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재료의 사용, 폐기물 제로, 에너지 제로, 탄소발자국 줄이기 등을 건축이 어떻게 실천할까?

도면과 이미지

도면 작성의 경우, 리노베이션 계획대상지의 소유/운영 주체에 직접 도면과 자료요청을 하는 것부터 공공데이터를 이용하는 것까지 다양하게 기초자료를 조사해 작업하되 사이트를 관찰, 조사하고 학습한 내용으로 보완한다. 건축물 현황도면은 정확도 보다는 현황에 대한 관찰과 조사를 바탕으로 변화의 시나리오를 구축하는데 필요충분한 정보를 담은 베이스 도면으로 기능하도록 한다. 도면의 스케일은 자유이되 치수를 인지할 수 있도록 표기한다. 원저자가 있는 스토리, 이미지의 사용/변용 등은 출처와 작업방식을 명기한다.

새로운 지식의 초석 구축 

다양한 배경을 지닌 구성원으로 팀을 구성하기를 권장하며, 이번 공모가 집단지성, 협동 연구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공모의 목표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건축의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다. 참가자의 케이스에 대한 성찰과 관찰, 전환의 실마리 발견이 더 다양한 에이전트의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활성화하는 한 지점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장밋빛 해결책보다 불가능함, 무기력함과 맞닥뜨리더라도 ‘같이 해결해 보자’고 공동체에 공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질문을 도출하는 것, 새로운 지식의 초석을 만드는 태도와 과정을 중요시한다는 뜻이다. 거대한 문제에 대응하는 작고 미미하더라도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길 어떤 시도도 과소하게 평가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계획대상지를 둘러싼 생태적인 맥락,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거주자’에 대한 인지는 학습을 토대로, 또한 상상의 힘으로 확장해야 할 것이다. 만약(what if)을 가정하며 자유로운 상상을 펼치되,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는 사용자의 요구를 어떻게 반영할지, 건축가가 어떤 협업네트워크와 소통방식으로 인식과 지식을 확장할 것인지 또한 이번 공모의 중요한 챌린지 중 하나일 것이다.

*각 참가자는 참고 자료 아카이브에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의 초석을 놓는 데 기여하게 된다.


과제 제출

제출물

  • 내일의 지구를 위한 ( )의 리노베이션 시나리오 (A3, 가로, 20페이지 이내)
  • 리서치 과정에서 참고한 공유 가능한 자료(출판물, 웹페이지, 논문, 기타 문헌) 목록 (제공된 양식에 맞춰 작성. 양식 다운로드)

과제 제출 방법 - 이메일

  • PDF 파일 1개 (30MB 이하, zip 압축하지 않음)
  • XLSX 파일 1개 (zip 압축하지 않음)
  • 파일명: 2024-00000.pdf, 2024-00000.xlsx (00000은 참가번호 다섯 자리)
  • 제출 파일에 인적 정보(이름, 학교 등) 노출 금지
  • 단, 이메일 상의 인적 정보는 무관(심사 그룹에 공개되지 않음)
  • 제출 마감일 2024년 1월 18일 목요일(23:59:59)까지 이메일이 도착해야 제출이 인정됨
  • 수정본을 여러 차례 제출한 경우, 제출 기한 내 도착한 마지막 메일만 인정됨
  • 제출 기준을 어길시 페널티 부과
  • 제출 확인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므로 상태 반영에 시간이 소요됨
  • 제출처: award@junglim.org

최종 공개 심사

  • 1차 심사 통해 선정된 팀은 최종 공개 심사에 진출합니다.
  • 1팀 당 총 15분 이내의 심사 시간(발표 약 7분, 질의응답 약 7분)이 주어지며 모든 팀을 심사한 이후 대상팀과 입선팀이 가려집니다.

참가 자격 및 시상

참가 자격

  • 국내외 대학/대학원 재/휴학생(전공불문), 개인 혹은 팀 모두 가능합니다. (1팀 최대 3인)
  • 참가팀 구성은 건축과 도시 전공자 외에도 인문, 사회, 과학, 경제, 미술, 디자인 등 모두 가능하며 다양한 전공 간의 협업을 권장합니다.
  • 참가등록 당시 학생 신분 혹은 입학 예정을 증명할 수 있는 자 모두 참가 가능하며, 입학 취소자는 추후 수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2월 졸업 예정자 참가 가능)

시상

  • 대상(5팀): 상장과 상금 300만원, 정림건축 입사 지원 시 가산점 부여
  • 입선(다수): 상장과 상금 30만원

참가비 입금 안내

  • 홈페이지 오른쪽 상단에서 참가 신청 완료 후 입금 바랍니다.
  • 참가비는 팀 당 6만원이며, 계좌 이체시 반드시 팀장 이름으로 입금 바랍니다.
  • 참가비 입금은 신청 마감일 2024년 1월 4일 목요일(23:59:59)까지 완료되어야 합니다.
  • 하나은행 162-910013-41704 (예금주 재단법인 정림건축문화재단)
  • 참가비는 환불 불가합니다.
  • 입금명을 또는 메모에 [팀장명+휴대전화 번호 끝 두 자리](예: 홍길동78)로 입력하면 신속하게 확인됩니다.
  • 입금 확인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태 반영에 시간이 다소 걸리는 점 양해바랍니다.

문의

  • sun@junglim.org / 02-3210-4991
  • 입금 및 과제 제출 확인은 웹사이트 로그인 후 진행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문의는 가능한 이메일을 이용해주세요. 점심시간(12:00~13:00), 주말, 휴일에는 통화가 어렵습니다.

주최

정림건축문화재단

후원

정림건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