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8 04:24PM

정림학생건축상 2020 1차 심사평


조민석
심사위원

이번 <평화 협력 시대, 한강의 비전> 심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새삼 이번 주제가 정말 시의 적절하고 의미 있다는 점이다. 이 주제가 내포한 것뿐 만 아니라, 학생들이 낸 제출물들이 굉장히 의미 있는 자료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수상작뿐 만 아니라, 제출한 모든 자료를 소장하고 분석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우선 학생들의 관심사를 종류별로 알 수 있었는데, 크게는 지역별 관심과 보편적인 시스템의 관심이었다. 특정한 지역을 살펴보면서 아주 자세하게 접근했던 경우들은 지역 자체가 전략인 작품들이었다. 다른 한 편으로는, 보편적인 무언가를 만들어서 전체에 적용하고자 하는 작품들이 있어 흥미로웠다.

프로그램 또한 다양했는데 어업, 북한 대사관, 데이터 센터, 컨테이너 등등의 프로그램들로 구분해볼 수 있었고, 기존의 인프라를 가지고 전유하는 시도들이 있었다. 다리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이 다리 밑을 고치거나 전유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이번 공모전에서 심사하는 기준은 오세훈, 박원순 시장이 했던 한강 르네상스나 도시공간개선단에서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을 넘어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고자 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리서치와 기여도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양의 리서치를 해낼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지만, 동시에 양날의 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그렇게 훌륭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하면서 뒤에 가서 자신만의 건축적 제안이라던가, 핵심이라고 할 비전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러한 편중이 어찌 보면 ‘흥미로운 증상’으로 보였다.

리서치가 훌륭한 주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건축상 공모전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건축적 제안이 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평화 협력 시대라는 중요한 전제 조건을 잃지 않고, 직접적인 연계 조건을 갖추고서 자신들 나름의 건축적 제안을 진행하고자 했던 시도들을 높이 평가했다.

안창모
심사위원

정림학생건축상 2020년 <평화협력시대, 한강의 비전>은 통일이 더 이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 속에 존재하는 것만은 아닌, 언제든지 우리의 눈 앞에서 현실화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인식하에 구성되었다.
‘꿈 속의 통일’이 아닌 현실 속의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 안의 통일에 대한 인식과 우리가 처한 물리적 ‘현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지만, 통일을 화두로 한 도시와 건축에 대한 수 많은 담론과 제안들은 여전히 허공 속에 존재한다. 우리의 현실과 북에 대한 이해 없이 우리의 희망으로만 그리는 통일이 아니라, 남과 북이 결심하면 곧바로 현실화 될 수 있는 통일 이전의 ‘평화 협력 시대’를 구체적인 장소를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는 데 본 공모전의 목적이 있었다.

1차 과제들을 심사하면서 본 학생들의 제출물들은 일상에서 쉽게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을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의 고민의 결과와 제안들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특히 제출된 학생들의 제안을 심사 하면서 무엇보다 ‘주제 제안자’가 배운 것이 많은 공모전이었다. 우리 청년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평화와 협력을 바라보는 시각이 기성세대와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를 직접 대면한  2020년 <평화협력시대, 한강의 비전> 공모전은 통일이 더 이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 속에 존재하는 것만은 아닌, 언제든지 우리의 눈 앞에서 현실화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인식하에 구성되었다. 
‘꿈 속의 통일’이 아닌 현실 속의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 안의 통일에 대한 인식과 우리가 처한 물리적 ‘현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지만, 통일을 화두로 한 도시와 건축에 대한 수 많은 담론과 제안들은 여전히 허공 속에 존재한다. 우리의 현실과 북에 대한 이해 없이 우리의 희망으로만 그리는 통일이 아니라, 남과 북이 결심하면 곧바로 현실화 될 수 있는 통일 이전의 ‘평화 협력 시대’를 구체적인 장소를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는 데 본 공모전의 목적이 있었다.
 
1차 과제들을 심사하면서 본 학생들의 제출물들은 일상에서 쉽게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을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의 고민의 결과와 제안들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특히 제출된 학생들의 제안을 심사 하면서 무엇보다 ‘주제 제안자’가 배운 것이 많은 공모전이었다. 우리 청년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평화와 협력을 바라보는 시각이 기성세대와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를 직접 대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리서치 기반의 훌륭한 제안들이 많았지만, 평화협력시대가 굳이 아니어도 될 것 같은 프로젝트도 많았다. 사실 우리 눈 앞에서 무심히 흐르는 한강은 해방 이후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한 적이 없었다. 특히 지금의 청장년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지금의 한강 풍경이 ‘경제개발의 결과’가 아닌 ‘분단과 냉전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한강의 기적’이라는 카피가 왜곡시킨 결과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만으로도 공모전의 1차 목적은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바라는 심사위원의 기대는, 평화 협력 시대의 한강은 말로만 되뇌었던 ‘우리는 하나’가 아니라 ‘남과 북이 함께 살아갈 시대의 한강’에 대해 학생들의 진지할 수도, 재기 발랄 하거나 도발적일 수도 있는 제안을 기대했었다는 점이었다.  

심사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하나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북한을  베푸는 대상으로 보고 접근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학생들의 탓이라기 보다는 분단 이후 기성세대가 만들어온 사회가 책임질 문제일 것이다. 지금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북이 우리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한 때는 우리보다 더 나은 경제적 풍요를 누렸던 시절도 있었다. 서로가 증오하면서 많은 시절을 보내왔지만, 분명 남한과 북한은 서로를 위해 상대를 믿고 의지해야 할 동등한 파트너라는 생각으로 평화 협력 시대의 한강의 비전을 그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