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27 04:49PM

정림학생건축상 2020 주제설명회 영상



사전 질문

(04:47 부터)

1. 평화의 시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 북한과의 통일성 이라는 개념 또한 생각해봐도 좋은건가요? 프로그램상 엮어도 될지 생각되어 질문합니다.

조민석 (이하 "조"): 북한과의 관계는 현재 평화 공존 시대에서 그 결과로서의 한강을 생각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로서 북한쪽에 어떤 직접적인 통일성을 이야기한건지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통일성) 그게 어쩌면 함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쪽에 너무 집중되면 안될 것 같습니다.

안창모(이하 "안"): 평화가 온다고 전제하고 생각해보자는거죠.

: 그렇게 했을 때 한강이라는 공간에 어떤 기회들이 주어질지를 생각해보자는거죠.
 
2. 지난 심포지움때 조민석 건축가님께서 '그레타 툰베리' 얘기를 하셨던 것에서 아이디어를 받아 고민 중에 있습니다. 좀 더 컨셉츄얼(conceptual)한 방향으로 나아가도 되나요?
: 제가 심포지움에서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지금 기후 위기나 이런 주제들이 핫이슈이기 때문이죠. 한강은 지난주 베니스처럼 범람 걱정은 안하고 있나요?

: 90년대 중반 이후 부터는 별로 걱정을 안해도 되는 수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  그런데 지금 바깥(해외)에서는 태평성대가 아니고,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긴박함과는 굉장히 다른 분위기에요.
베니스는 이미 초상집 분위기이고. 뉴욕 경우는 허리케인 샌디 오고나서는 맨하탄 남쪽에다가 둑만들면서 공원처럼 짓고있기도 하고요. 지금 갑자기 이런 일들이 돌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는데 저는 그 한강을 그런 측면에서 누군가가 봐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컨셉츄얼(conceptual)’이라는 표현이 만일 ‘크레이지(crazy)’하다는 느낌으로 말씀하신거라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매우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좀 더 학생분들께서 진취적이고 이상적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것에 특히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결국 ‘누가 얼마나 질문을 잘 하느냐’에 따라서 문제가 결정된다고 봅니다.
지금 (안창모 교수님께서) 던져주신 주제들을 다 다루려고 하면 안되요. 역사가분께서 제공해주시는 이 어마어마한 정보들을 다 다루려고 하면 안됩니다.
 
3. 주제에 대해 좀 더 핵심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분단, 냉전시대를 벗어난 시각에서 도시를 생각해보는 것인가요?
: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앞선 강연을 통해 답이 된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평화 협력 체제가 되었을 때, 냉전의 기억을 안고갈 것인가 안고가지 않을 것인가는 하는 것은 개별적인 몫이구요. 어쨌든 ‘평화가 되면’이라는 전제가 중요한 것이고, 냉전을 유지한다는 사고를 접고 간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제가 한 가지 더 우스개 소리처럼 이야기 하자면, 아까 말씀하신 곳들이 네 지역만 말씀하셨는데, 꼭 저 안에서만 선택해야할 필요는 없는거죠?

: 그럼요.

: 우리 당인리를 빼셨는데, 왜 그러신거에요? 저 때문에 그러신건 아니신거죠?

: 그럼요. 범접할 수 없는 거니까. (웃음)

: 아이,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고 학생분들께서 얼마든지 다양한 생각을 펼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당인리 프로젝트, 밤섬가지고 일을 하면서 ‘오케스트라에 지휘자가 있는 심포니를 해보자’ 이런 생각들이 한강 르네상스때부터 있긴 했었어요. 지금은 굉장히 기능적인 것들이 던져진 것이잖아요. 수상시설 통합 관리하고 자동차하고 택지 만들어내고 하면서, 그때도 DDP에서 안창모 교수님과 이야기했었듯이, 저는 장소가 아닌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 정말 인상깊었어요. 제일 놀랐던 것이 지난 심포지움때 안창모 선생님께서 보여주셨던 그림 있지요. 겸재 정선이 진경산수화를 그린 것 중에 선유봉 작품이 있어요.
 선유도가 아니라. 거의 뭐 무릉도원처럼 표현해놓은 작품이 있는데 그것이 빠른시간 안에 무지막지하게 평탄(Flat)해지면서 만들어진 환경 아닌 환경에 대해 여러 생각을 갖게 됩니다.
역사 없는 연대기만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각자가 어떤 종류의 어떤 서사를, 어떤 사실에 기반하여 -물론 비전도 함께 있어야겠죠- 끌어내게 될지. 그러면서 어떤 장소가 될 수 있는 가능성들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 그 심포지움 때 보여드렸던 선유봉 이미지는,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영상 속에서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지금 뭐, 너무 할 거리들이 많아서, 저는 그냥 각자 골라서 해도 되고 더 넓게 자유롭게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지난 심포지움에서 도시쪽에 구자훈 교수님께서 제시하셨던 방향과 조금 다른 방향이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팽창, 개발, 이렇게 계속 커져야 하는 것에 대해 저는 조금 의구심이 듭니다.
 
: 지난 심포지움에 오셔서 들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조금 지나치게 개발 중심으로 가게 될 까봐 조민석 소장님께서 우려해서 말씀하시는 건데, 이런식으로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건축역사와 도시사(史)를 하는데, 도시설계학회의 역사분과 위원장을 4년간 했었어요. 왜그랬냐하면 도시 설계하시는 분들도 역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아시긴하는데, 기본적으로 도시설계는 응용학문이다 보니까 역사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필요하다는 걸 알아서 저에게 부탁을 하셨던 건데요. 도시 설계를하시는 분들이, 유럽에서 공부하느냐 미국에서 공부하느냐에 따라 경향성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역사에 대한 배려가 상대적으로 별로 없어요. 그 쪽은 역사가 짧고 얼마든지 새로 만드는 것에 익숙하고요. 구자훈 교수님께서는 그런 쪽에 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박원순 시장 이후로 역사 도시에 대한 큰 그림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감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보존론자는 아니시고, 역사를 알고 도시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쪽이기 때문에 그 분을 모셔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던 건데요.
조민석 건축가가가 다른 여느 건축가와 다르게 새로이 만드는 것 보다는 기존의 역사와 맥락에 맞게 잘 만들어가는 것에 관심을 가지시기 때문에, 혹여 지난 심포지움에 그런 개발중심적인 부분에 감명받으신 분들이 지나치게 그쪽으로 가게 될까봐 염려하시는 것 같습니다.
 
: 제 대신에 잘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원래 그런건 아니고요, 지금 우리나라 서울이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그렇잖아요?근 20년 사이에 인구로는 정점을 찍었고, 앞으로는 계속 또 인구 노령화 등등에 대한 걱정들이 늘어나고 있고. 2008년 이후에 패러다임이 바뀌어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보고요. 이전의 것들하고 충돌하고 있고 그런 상황이라고 저는 보여지거든요. 여기선 조금 진취적으로 본다면, 잡지 가디언에서 이런 인덱스가 또 있더라고요. 나라별로 개발면적당 인구비 이런거요. 미국 이런데가 제일 많아요. 거기에다가 GNP랑 섞어가지고 쿠바랑 비교하기도 하고요. 미국이 GNP는 10배가까이 많은데, 이를테면은 평균 수명은 크게 다른게 없다, 뭐 이런거요. 기사의 요지는 쿠바같은 곳이 오히려 적절하게 개발했다, 환경을 훼손시키지 않고 개발했다 는 이야기를 하면서,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개발의 가치를 바라보고 있다던가 하는거요. 저는 그런 것들이 앞으로 여러분들이 해주셔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북문제를 여는 기회를 한강이라고 보시고 접근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최근에 헬싱키에서 아시죠? 도로들을 사회주택으로 개발하겠다고 하는 지점이요.
용지가 없는거에요. 서울에서도 한강 주변은 관심이 있는 것이, 작년에 슈퍼 그랑데 있었잖아요? 제가 그런 덕을 받아서 청년 주택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땅이 너무 비싸지고 후기 자본주의 도시가 되어가면서 청년들이 중심에서 자꾸 밀러나고 있잖아요. 서울시에서 지금 가용 택지들이 남아 있는게 도로, 열차 기지 등등을 입체화해가지고 개발을 한다고 한다던지 하는 것들이요. 얼마전에 난 헬싱키 기사에서도, 굉장히 많은 면적을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자가용은 몇 년 안에 다 없애겠다는 거고요. (그래서 저는) 서울 강변도로 거기에 구조 잘 살려서 하면 좋겠다 하고 생각을 했는데, 이게 컨셉츄얼한 생각은 아니라는 거에요 여러분. 좀 둘러보세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나. 이렇게 역사를 알았으니까, 주변을 좀 둘러보심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10년, 20년 후에 ‘아, 그때 정림에서 굉장히 선구자적인 기획이었구나’ 라는 것을 여러분들이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4. 정말 이상도시계획안같은 설계안을 구성해도 되나요? (ex : vr 체험, 공상과학 등)
박성태 (이하 "박"): 이 질문은 아마 위에서 답변이 된 것 같습니다.
한 번 더 정리하면, 이게 학생건축상인데 근거 없이 너무 나간 듯한 아이디얼한 부분도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강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충분한 근거를 갖고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정리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5. 평화협력을 통한 한강의 기능이 물류외에도 없는건지? 그리고 평화 협력에 관한 사례가 없는지 알고 싶습니다.
: 지금 조소장님이 말씀하신대로, 물류 이외의 가능성을 여러분들이 찾아봐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전쟁 때문에 한강의 물류 기능이 없어졌다고 했는데, 그럼 물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게 답이냐? 이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까 동작대교 이야기 했지만, 동작대교가 당시에 냉전과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제대로 기능을 못했다고 했지만, 지금 왜곡된 구조 속에서 세팅이 되었기 때문에, 원래의 계획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이 도시 계획이나 건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거든요.
지금 물류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당시에는 물류의 기능이었던 것을 지금 다른 기능으로 대체될 수 있는거죠. 제가 설명하는 중에 “포구는 사라졌지만, 포구를 다시 만들 수 있느냐? 있다면 어디겠느냐?”라는 생각을 해볼 수는 있지만, 곳곳에 옛날 포구를 재현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구요. 포구 기능의 상당 부분을 88대로 등등이 다른 형식으로 대체한 부분이 있는거죠. 사실은 그런 측면에서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생각을 해야지, 복고적으로만 돌아가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이하 생략)

:  사실 여기에는 환경, 주거, 에너지 등등 물류 이외에도 여러 가지 한강과 관련되서 나올 수 있는 범위가 많습니다. 조금 더 다양한 범위로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장 질문

Q. 조민석 소장님께서 헬싱키 이야기도 해주셨고,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주셨는데 그러면서 ‘팽창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시진 않으셨지만, 도시가 팽창보다는 다른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신 거라고 이해했는데요. 많은 건축가들이 도시는 이렇게 가야한다, 혹은 어떠해야 한다고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는데요. 조민석 소장님이 생각하시기에  도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알고싶습니다.
 
조: 다른 무엇보다, 현실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역할이나 프로젝트를 하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딜 가나 옛날 패러다임에서 일하고 있는 건축가들은 동네북처럼 욕먹고 있는데. 제가 민감하게 세상을 들여다보면, 건축가들이 없어야 세상이 더 잘돌아가게 되는 일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웃음) 저는 몇 년째 어떻게 기회가 돼서 한강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저는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건축가가) 어느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먹음직한 케익에다가 쓸데없이 체리를 얹는 일을 하는 유명한 건축가들도 있고, 또 한 쪽에서는 공장 생산 체제에서 막 구조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저는 이런 것들은 아닌 그런 체제 속에서 나름 필요한 일, 되도록이면 난이도가 있으면서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 하지만 난이도를 위한 난이도가 아니라요. 그런 일들을 하고싶어 하는게 가다듬은 방향인데요. 어쨌든 저는 몇 달전에 한강을 보면서 새빛둥둥섬 옆에, 잠수교 옆에 푸드트럭이 한 100여대가 쫙 깔려 있는걸 봤어요.
잠수교 위에 물총 쏘죠? 불들어오면서. 그거 진짜 장관이에요. 아무것도 없고, 그냥 그거 보면서 사람들이 돗자리 위에서 치맥먹으면서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 참, 빌바오 효과를 이렇게 싸게 하다니!’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공항에서 오면서 강변대로를 달리면서 보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어요. 정말 사적인 공간 밖에 없어요.
결국은 속도를 내고 차안에서 바라보는 한강이라던가, 정지해있다면 그것은 어디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뷰인거고요. 완전히 사적인 행위밖에 없는거에요. 그리고 어렵사리 내려가면은 이렇게 수위가 9m를 왔다갔다하는 좀 특이한 공간에서 ‘참, 이것밖에 할게 없나’ 하는 생각을 항상 하게 하는 곳이죠. (이번 공모전) 주제에 관련해서는 제 문제 의식은 이 정도로 밝히겠고요. 누군가가 이야기하기를, “도시를 가보면 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도시의 지능이 보인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은 (여기 서울은) 아이큐 측정이 안될 정도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오늘 이렇게 강연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타깝지만 또 수긍을 하면서, 하지만 또 다른 생각들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꺼이 제가 밥숟갈만 얹는 수준으로 여기 심사위원으로 들어오게 된 겁니다.


Q. 방금 질문하셨던 것에 이어서 질문하려 하는데요. 아까 헬싱키도 이야기하셨고, 요즘들어 개발문화에 반하는 현상으로 재생사업이라고 하는게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재생사업의 결과들이 왜 문화라는 이름으로 주로 이뤄지는지 ,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는 형식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A4 20장이 제출물인데 그에 대한 주최자분들의 의도를 듣고싶습니다.

 
: 첫 번째 질문에 제가 답변을 하자면, 안그래도 제가 지금 상해의 심포지움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테이트 모던의 10배에 달하는 규모의 철강회사가 안쓰는 건물이 있는데요. 그 곳에 엄청난 문화시설을 만든다고 그래서, 그러면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랑 올라퍼 엘리어슨(Olafur Eliason) 같이 대작하는 사람들을 몇십명 집어넣어야 하는 그런 곳인가? 하고서 웃었는데, 그런 종류의 질문을 하시는거잖아요?
저는 이제까지 그래왔지만은 당인리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것도 지금은 처참하게 젠트리피케이션이 되어버렸지만은 홍대 주변의 어떠한 문화생태계를 공적인 영역에서 키워간다는 것에 대한 관찰 같은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낙하산 타고 내려나와서 무언가가 벌어지고 하는 것은 실패하는 것들은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전 여러분들도 소위 우리가 생태계라고 얘기하는 (거칠게는) 자연과 문화라는 2가지를 한강을 통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제가 조그맣게 글을 쓴게 있는데요. 밤섬이 한강에서 굉장히 재밌잖아요. 1930년대에는 1000명이 살았고, 고려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곳인데요. 여의도는 훨씬 넓었지만 뻘이었고, 거기는 돌이었어요. 그런데 68년에 여의도를 백일전투라고 해서 6-7km되는 둑을 만드는데, 그때 돌이 필요한거에요. 그 당시 밤섬에는 4백 몇 십명이 살고있었거든요. 칠십몇가구가 살고있었는데 쫓겨났죠. 와우아파트 옆 산으로가서 쭉 돌렸고, 폭파하고 그래서 그러면서 선유봉이네 뭐네 하는 것들이 사실상 없어진거죠. 이런 랜드스케이프는 이런 사정이 있었고.
저는 당인리를 뭐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지금 3년, 4년째 하고 있는데요. 이게(밤섬) 6배가 자라났잖아요? 천천히 자라나고 있어요. 최근에는 완전 장관이에요. 강변대로 달리다보면 철새도래지가 돼서, 새들이 엄청 날라다니고 겨울에 나뭇가지만 남게되면 그 풍경이 하얘져요. 새들 분비물 때문에. 그러면 살수배를 가지고 돌면서 청소하고 그런데. 이게 흥미로운 것이, “자연의 부활, 자연의 힐링 파워” 등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사실 이게 약간 뻥이거든요. 한강이 신곡보 때문에 물의 속도가 조절이 되면서, 옛날처럼 쏜살같이 지나가게 되면 그렇게 퇴적이 될 리가 없는데. 이게 일종의 유체역학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하고 의도치않게 이상한 무언가가 생겨난거에요. 제가 쓴 글 말미에서 봉준호 감독의 <괴물> 영화를 예로 들면서, 그 영화에서 등장하는 미군이 독극물을 방류해서 괴물이 만들어지고 하는 그런 서사가 어찌보면 두 가지라는거죠. 하나는 ‘생태 중심적인 자연의 부활 서사’가 있고, 다른 하나는 '인간 중심적인 종말 서사'가 있는거에요. 이런 대조적인 이미지가 결국은 거울이미지와 같이 똑같은 이미지라는 거고요. 제 글의 요지가 무엇이었냐면은 “이것은 그냥 있는그대로 보라”는 거였거든요. 제가 글에는 다 안썼지만 생각해보니까 봉준호 감독의 예를 들자면은 <옥자>같은 상황인 것 같아요. (웃음)
어쨌든 요즘 많이 나오는 인류세 이야기부터 해서, 인간이 주체가 돼서 세상을 다루는 패러다임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비인간 주체(Non-Human)들이 같이 의도치 않게 만들어낸 변종 생태계인거죠, 한강이. 하지만 저는 인류세나 뭐 이런 것을 너무 낭만화해서 보는 시선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렇다고 이걸 너무 실용적으로만, 옛날 하던식으로 바라보는 것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이의 줄타기를 잘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 추가 답변을 좀 하자면, -생략- 도시 재생을 하면서 왜 문화의 이름으로만 진행되었냐고 하는 질문 있었잖아요? 사실 이건 구조적인 문제고 당대의 문제입니다. 도시재생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원도심이 낙후되어서 생기는 문제잖아요? 그런데 현재의 도시재생사업을 일으키게 된 근본적인 문제는 신도시를 너무 많이 만들어서 그래요. 만일 도심에 사람이 빠져나가는데, 빠져나간 다음에 거기를 활성화하려니까 거기에 돈을 갖다 붓고, 그런데 거주하는 사람은 안생기고. 그래도 사람을 끌어모으려다보니까 문화를 매개로 해서 끌어모으기 쉽다는 것이 유럽의 성공사례에서 본 거에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유럽이 가진 산업문화유산이나 구도심이 황폐해져가는 과정과 우리가 황폐해져가는 과정이 달라요.
그런데 유럽의 성공사례를 보고, 그 프로그램만 이식을 하면 될꺼라고 생각한 것이 우리나라 도시 재생 사업이 성공 못하는 이유에요. 우리는 그들과 다른 근대를 겪었기 때문에, 다른 문제를 안고 있고, 우리의 도시의 삶의 구조가 그들과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안하는거에요. 요즘에는 그런 고민들을 하기 시작해서 도시에 조금씩 재생방법이 다양해지고 있긴 한데, 그전 초기에는 선진국 사례를 그냥 갖다쓰면 된다고 생각하고, 특히 일본이 성공한 방식을 가져와서 베끼면 실패할 확률이 없어!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요즘에 와서는 그 방법도 틀리다는 것을 이제 와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도시의 문제를 우리의 눈으로 안보고, 다른 나라의 해법으로 쉽게 끼워 맞추다보니까 생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문화시설만능주의보다 우리의 도시가 무엇을 필요로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훨씬 더 좋을 것 같아요.
 
: 상해에서도 비슷한 생각이 든 것이, 주거 문제도 아직 해결이 안되었는데 이런 거대한 오페라 하우스같은 걸 짓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거였거든요. 그런 문화시설들의 역할이 분명 중요한 부분들이 있지만요. 이런 거대한 공간을 테이트 모던같이 만들것이 아니라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나 뭐 커뮤니티들을 위한 공간이 되게 한다던가 하는 목소리들이 나온거고요.
 
: 20장 PPT는 저희가 몇 번 다른 변경들을 해봤거든요. 패널을 받기도 하고 했는데요. 이 20장 PPT가 의미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스무장 이내에서 생각을 잘 구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생각이 중요한 것이지, 프리젠테이션하는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