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조민석 소장님께서 헬싱키 이야기도 해주셨고,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주셨는데 그러면서 ‘팽창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시진 않으셨지만, 도시가 팽창보다는 다른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신 거라고 이해했는데요. 많은 건축가들이 도시는 이렇게 가야한다, 혹은 어떠해야 한다고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는데요. 조민석 소장님이 생각하시기에 도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알고싶습니다.
조: 다른 무엇보다, 현실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역할이나 프로젝트를 하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딜 가나 옛날 패러다임에서 일하고 있는 건축가들은 동네북처럼 욕먹고 있는데. 제가 민감하게 세상을 들여다보면, 건축가들이 없어야 세상이 더 잘돌아가게 되는 일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웃음) 저는 몇 년째 어떻게 기회가 돼서 한강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저는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건축가가) 어느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먹음직한 케익에다가 쓸데없이 체리를 얹는 일을 하는 유명한 건축가들도 있고, 또 한 쪽에서는 공장 생산 체제에서 막 구조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저는 이런 것들은 아닌 그런 체제 속에서 나름 필요한 일, 되도록이면 난이도가 있으면서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 하지만 난이도를 위한 난이도가 아니라요. 그런 일들을 하고싶어 하는게 가다듬은 방향인데요. 어쨌든 저는 몇 달전에 한강을 보면서 새빛둥둥섬 옆에, 잠수교 옆에 푸드트럭이 한 100여대가 쫙 깔려 있는걸 봤어요.
잠수교 위에 물총 쏘죠? 불들어오면서. 그거 진짜 장관이에요. 아무것도 없고, 그냥 그거 보면서 사람들이 돗자리 위에서 치맥먹으면서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 참, 빌바오 효과를 이렇게 싸게 하다니!’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공항에서 오면서 강변대로를 달리면서 보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어요. 정말 사적인 공간 밖에 없어요.
결국은 속도를 내고 차안에서 바라보는 한강이라던가, 정지해있다면 그것은 어디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뷰인거고요. 완전히 사적인 행위밖에 없는거에요. 그리고 어렵사리 내려가면은 이렇게 수위가 9m를 왔다갔다하는 좀 특이한 공간에서 ‘참, 이것밖에 할게 없나’ 하는 생각을 항상 하게 하는 곳이죠. (이번 공모전) 주제에 관련해서는 제 문제 의식은 이 정도로 밝히겠고요. 누군가가 이야기하기를, “도시를 가보면 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도시의 지능이 보인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은 (여기 서울은) 아이큐 측정이 안될 정도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오늘 이렇게 강연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타깝지만 또 수긍을 하면서, 하지만 또 다른 생각들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꺼이 제가 밥숟갈만 얹는 수준으로 여기 심사위원으로 들어오게 된 겁니다.
Q. 방금 질문하셨던 것에 이어서 질문하려 하는데요. 아까 헬싱키도 이야기하셨고, 요즘들어 개발문화에 반하는 현상으로 재생사업이라고 하는게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재생사업의 결과들이 왜 문화라는 이름으로 주로 이뤄지는지 ,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는 형식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A4 20장이 제출물인데 그에 대한 주최자분들의 의도를 듣고싶습니다.
조: 첫 번째 질문에 제가 답변을 하자면, 안그래도 제가 지금 상해의 심포지움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테이트 모던의 10배에 달하는 규모의 철강회사가 안쓰는 건물이 있는데요. 그 곳에 엄청난 문화시설을 만든다고 그래서, 그러면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랑 올라퍼 엘리어슨(Olafur Eliason)
같이 대작하는 사람들을 몇십명 집어넣어야 하는 그런 곳인가? 하고서 웃었는데, 그런 종류의 질문을 하시는거잖아요?
저는 이제까지 그래왔지만은 당인리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것도 지금은 처참하게 젠트리피케이션이 되어버렸지만은 홍대 주변의 어떠한 문화생태계를 공적인 영역에서 키워간다는 것에 대한 관찰 같은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낙하산 타고 내려나와서 무언가가 벌어지고 하는 것은 실패하는 것들은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전 여러분들도 소위 우리가 생태계라고 얘기하는 (거칠게는) 자연과 문화라는 2가지를 한강을 통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제가 조그맣게 글을 쓴게 있는데요. 밤섬이 한강에서 굉장히 재밌잖아요. 1930년대에는 1000명이 살았고, 고려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곳인데요. 여의도는 훨씬 넓었지만 뻘이었고, 거기는 돌이었어요. 그런데 68년에 여의도를 백일전투라고 해서 6-7km되는 둑을 만드는데, 그때 돌이 필요한거에요. 그 당시 밤섬에는 4백 몇 십명이 살고있었거든요. 칠십몇가구가 살고있었는데 쫓겨났죠. 와우아파트 옆 산으로가서 쭉 돌렸고, 폭파하고 그래서 그러면서 선유봉이네 뭐네 하는 것들이 사실상 없어진거죠. 이런 랜드스케이프는 이런 사정이 있었고.
저는 당인리를 뭐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지금 3년, 4년째 하고 있는데요. 이게(밤섬) 6배가 자라났잖아요? 천천히 자라나고 있어요. 최근에는 완전 장관이에요. 강변대로 달리다보면 철새도래지가 돼서, 새들이 엄청 날라다니고 겨울에 나뭇가지만 남게되면 그 풍경이 하얘져요. 새들 분비물 때문에. 그러면 살수배를 가지고 돌면서 청소하고 그런데. 이게 흥미로운 것이, “자연의 부활, 자연의 힐링 파워” 등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사실 이게 약간 뻥이거든요. 한강이 신곡보 때문에 물의 속도가 조절이 되면서, 옛날처럼 쏜살같이 지나가게 되면 그렇게 퇴적이 될 리가 없는데. 이게 일종의 유체역학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하고 의도치않게 이상한 무언가가 생겨난거에요. 제가 쓴 글 말미에서 봉준호 감독의 <괴물> 영화를 예로 들면서, 그 영화에서 등장하는 미군이 독극물을 방류해서 괴물이 만들어지고 하는 그런 서사가 어찌보면 두 가지라는거죠. 하나는 ‘생태 중심적인 자연의 부활 서사’가 있고, 다른 하나는 '인간 중심적인 종말 서사'가 있는거에요. 이런 대조적인 이미지가 결국은 거울이미지와 같이 똑같은 이미지라는 거고요. 제 글의 요지가 무엇이었냐면은 “이것은 그냥 있는그대로 보라”는 거였거든요. 제가 글에는 다 안썼지만 생각해보니까 봉준호 감독의 예를 들자면은 <옥자>같은 상황인 것 같아요. (웃음)
어쨌든 요즘 많이 나오는 인류세 이야기부터 해서, 인간이 주체가 돼서 세상을 다루는 패러다임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비인간 주체(Non-Human)들이 같이 의도치 않게 만들어낸 변종 생태계인거죠, 한강이. 하지만 저는 인류세나 뭐 이런 것을 너무 낭만화해서 보는 시선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렇다고 이걸 너무 실용적으로만, 옛날 하던식으로 바라보는 것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이의 줄타기를 잘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안: 추가 답변을 좀 하자면,
-생략- 도시 재생을 하면서 왜 문화의 이름으로만 진행되었냐고 하는 질문 있었잖아요? 사실 이건 구조적인 문제고 당대의 문제입니다. 도시재생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원도심이 낙후되어서 생기는 문제잖아요? 그런데 현재의 도시재생사업을 일으키게 된 근본적인 문제는 신도시를 너무 많이 만들어서 그래요. 만일 도심에 사람이 빠져나가는데, 빠져나간 다음에 거기를 활성화하려니까 거기에 돈을 갖다 붓고, 그런데 거주하는 사람은 안생기고. 그래도 사람을 끌어모으려다보니까 문화를 매개로 해서 끌어모으기 쉽다는 것이 유럽의 성공사례에서 본 거에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유럽이 가진 산업문화유산이나 구도심이 황폐해져가는 과정과 우리가 황폐해져가는 과정이 달라요.
그런데 유럽의 성공사례를 보고, 그 프로그램만 이식을 하면 될꺼라고 생각한 것이 우리나라 도시 재생 사업이 성공 못하는 이유에요. 우리는 그들과 다른 근대를 겪었기 때문에, 다른 문제를 안고 있고, 우리의 도시의 삶의 구조가 그들과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안하는거에요. 요즘에는 그런 고민들을 하기 시작해서 도시에 조금씩 재생방법이 다양해지고 있긴 한데, 그전 초기에는 선진국 사례를 그냥 갖다쓰면 된다고 생각하고, 특히 일본이 성공한 방식을 가져와서 베끼면 실패할 확률이 없어!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요즘에 와서는 그 방법도 틀리다는 것을 이제 와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도시의 문제를 우리의 눈으로 안보고, 다른 나라의 해법으로 쉽게 끼워 맞추다보니까 생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문화시설만능주의보다 우리의 도시가 무엇을 필요로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훨씬 더 좋을 것 같아요.
조: 상해에서도 비슷한 생각이 든 것이, 주거 문제도 아직 해결이 안되었는데 이런 거대한 오페라 하우스같은 걸 짓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거였거든요. 그런 문화시설들의 역할이 분명 중요한 부분들이 있지만요. 이런 거대한 공간을 테이트 모던같이 만들것이 아니라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나 뭐 커뮤니티들을 위한 공간이 되게 한다던가 하는 목소리들이 나온거고요.
박: 20장 PPT는 저희가 몇 번 다른 변경들을 해봤거든요. 패널을 받기도 하고 했는데요. 이 20장 PPT가 의미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스무장 이내에서 생각을 잘 구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생각이 중요한 것이지, 프리젠테이션하는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