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거의 적정기술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는 학생들의 설계자로서의 역량뿐만 아니라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보고자 했다. 20대 학생들에게 10년 뒤 30대 중반의 청년주거 방식을 제안해달라고 한 이유는 이들이 제시하는 건축 해법이 일반적인 청년 세대의 삶을 담아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대지, 거주자, 프로그램, 건축 개념과 디자인은 물론 비용을 조달하는 방법까지 건축가들이 실제 프로젝트에서 대면할 수 있는 문제를 모두 고민하도록 했다. 이것은 건축주의 의뢰로부터 시작되는 수동적 방식의 프로젝트가 아닌, 청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유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은 건축 프로젝트의 생사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축 개념과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실현 가능성이 없으면 프로젝트는 살아남지 못한다. 이런 맥락에서 1차 과제인 프로젝트 기획서 여덟 장 모두는 빠짐없이 중요했다. 누구와 함께 살 것인지, 어떤 프로그램을 설정했는지, 사이트의 맥락과 선정 이유를 명시한 부분들은 마지막 장에 제안한 주거공간을 실현할 비용 조달 방법과 함께 실현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내용이었다.
최종 15개 팀은 기획서와 설계안 모두 균형 있게 발전시켰다. 입상작 수의 제약으로 최종에 올리지 못해 아쉬웠던 안이 많았음을 또한 알려주고 싶다. 최종 대상으로 선정된 5개 팀은 이번 주제에 좀 더 부합되는 해법을 제시한 팀들이었다. 공동화되어가는 지방 도시의 주거지역을 청년주거로 변환하는 프로젝트(류희표, 윤재웅, 김동훈의 ‘청년.기지’)는 평범한 주택을 휴먼 스케일 유형으로 계획하여, 당장 저층 주거 유형에 적용해도 손색없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무리 지어 사는 방식을 자세하게 시뮬레이션한 프로젝트(홍석종, 남기원, 천수현의 ‘작당’)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서와 공간 사용계획의 균형을 갖추었다. 주거공간의 코어를 공유 영역으로 확장해 활용하는 안(구동현, 정찬우의 ‘나는 Core Community를 한다’) 역시 많은 주거 유형에 적용 가능한 청년주거의 적정기술을 보여주었다. 초등학교를 청년주거의 공간으로 공유하자는 계획(김나은, 이나현의 ‘우리집 시간표’)은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 변화와 공간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대지면적이 0인 고가도로 옆 공동주택 부지를 청년주거로 재개발하는 계획안(안희준, 서범진의 ‘같이 산다는 가치’)은 도시 내 유휴공간의 발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대학의 학생 스튜디오에서 고민해보지 않았을 생소한 주제와 해법을 고민해 준 271개 팀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대학원 시절 처음으로 작성했던 내 첫 프로젝트 기획서는 거의 낙제점이었다. 그러나 덕분에 이후 더 나은 기획서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참여 학생들에게 이번 ‘청년주거의 적정기술’은 각자의 첫 프로젝트 기획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앞으로 더 훌륭한 청년주거 기획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심사위원 장영철, 전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