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선, 김세연, 이건희(삼육대학교 건축학과)
우리는 1980년대 다양한 건물 유형 중에서도 주택에 집중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70년대 단층 단독주택 중심의 형태에서 80년대에는 반지하, 옥상, 테라스, 외부계단 등의 공간적 요소가 추가되며 주거 공간이 수평·수직으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외부 요소들은 점차 내부화되었고, 진입공간은 주차장으로 대체되었다.
야외계단, 마당, 반지하, 테라스, 옥상정원, 담장 등 1980년대 주택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은 건축적으로 공간을 연결하고 매개하는 역할을 했다. 우리는 이러한 양식을 조명하고 발굴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찾고자 했던 연결, 매개 공간들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확장되어 활용되고 있었다. 이러한 공간을 ‘여지 공간’으로 보고, 공공이 다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명하고자 했다. 1980년대 주택이 많이 밀집되어 있는 수유동 주택 8채를 대상으로, 입면과 평면을 통해 생활상을 추리하고 새로운 공동체 주거 형식을 제안한다.
발굴조사 및 공간 활용 방향
우리는 8채 주택의 여지 공간과 활용 흔적을 분석하고, 공공성을 중심으로 ‘제거/보존/강화’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
• 남측 입면: 정원으로 활용되는 담장은 보존·강화, 폐쇄적인 샷시 발코니는 제거 후 머무름 기능을 강화, 공공성이 높은 옥탑 공간은 강화하여 주민들이 함께 활용하도록 유도.
• 서측 입면: 창고로 변한 계단은 공유공간으로 개방, 거리와의 연계를 막는 담장은 제거하여 열린 공간으로 변화.
• 동측 입면: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는 발코니는 순환 복도로 확장하여 주민 간 이동을 원활하게 하고, 외부인의 시선을 차단하는 대문은 제거하여 개방성을 확보.
• 북측 입면: 반지하는 기존의 폐쇄적인 임대공간에서 벗어나 상업·공유공간으로 전환하고, 태양전지판을 활용한 에너지를 공동체 자원으로 보존·강화.
공동체 주거 모델 ‘8-1=1’
공공주거를 만들기 위해 8채 중 한 채를 제거하여 마당 역할을 하는 큰 여지 공간을 만들고, 나머지 주택을 연결해 주민들이 공유하며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개별 주택이 아닌 연결된 공동체 마을을 형성하고자 했다.
각 세대는 거실을 공유하며, 주민들이 커뮤니티 하우스에서 자율적으로 공동체 활동(회의, 요리, 텃밭 가꾸기 등)을 운영하도록 계획했다. 앞서 조사했던 발굴조사서를 통해 기존 공간들은 다음과 같이 변형되었다.
• 담장 → 공유온실, 공유텃밭
• 발코니 → 벤치 및 빨래건조대가 있는 머무름 공간
• 계단과 창문 → 공유창고 및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
공동체 마을의 운영 원칙
1. 모든 주거는 공유 마당을 통해 진입하도록 구성.
2. 커뮤니티 하우스를 메인 진입로 근처에 배치하여 주민 간 소통 활성화.
3. 주민 회의 공간을 운영하여 공동체 의사결정 구조 형성.
4. 반지하는 상업 공간으로 활용하여 마을 내 경제활동 지원.
5. 1층에는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배치 가능.
6. 2층 주거공간은 거실과 커뮤니티 공간이 중정을 바라보도록 설계하여 자연스러운 소통 유도.